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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곰작골 닭장사 제 8회 임자 있는 각시

기사입력 2022.05.30 01:25 청야 기자 ysg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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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일보 기획특집 강형구 작가의 전설천하

    8 임자 있는 각시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기http://www.clipdown.co.kr/view/youtube/wYKx7ghHpmw/


    한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닭장사가 찰순의 눈치를 백여우 먹이 노리 듯 슬금슬금 살피다가 말을 이었다.

     
    "근디,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헌디........."

     
    "뭣이요, 그것이?"

     
    찰순이 대번에 착 엉기며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집이 꼭 알아사 쓰겄어?"

     

    닭장사가 능청스럽게 비비꼬며 말했다


    "아따! 간질나게 어째 그라쇼. 사내대장부가 되아 갖고..........자꼬 쪼잔 허게........ 작껏! 하기 싫음 그만 두쇼야!"

      

    찰순이 닭장사 눈치를 살피며 은근 슬쩍 그러나 제법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속으로는 정말 그만 두면 어쩔까 하면서 말이다.


    그림 이지선 (홍익대 미대) 




    "그럼 잉! 내 딱 인생에서 첨으로 돈 안 받고 허는 장사 한번 해불란디 말이여 잉! 촌색시가 하도 이쁜께 말이여 잉!....... 이 내 소원 하나 들어 줄랑가?"
    "뭐 소원이라?....... 툭 까놓고 말 해보쇼. 자꼬 간질 나게 허지 말고, 들어줄 수 있는 것은 함빡 다 들어줄탱께!"

     
    찰순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닭장사를 바라보며 시원하게 말하며 다그쳤다.

     
    참말인가?”

     
    참말 이제 그럼 거짓말이겄소!”

     
    찰순이 대차게 옹이를 박아 말했다.

     
    "그럼 말이여 잉! 그 입 좀 여그다 쌀째기 맞차 주소. 그럼 내 죄다 갈차줘불랑께.“

     
    닭장사가 눈을 찔끔 감고 찡긋거리며 제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오메! 이 양반이 시방! 뭐여! 징그럽게 거 뭔 소리당가! 넘의 임자 있는 각시 한티 시방! 이 양반이 늦잠을 자도 닭을 줘서 내 그냥 뒀더니 참말로 못쓰겄네 시방! 내 서방은 닭 장사 나가서 돈을 번가 못번가 모르겄는디. 헛소리 그만 허고 이 빗자루 몽댕이로 겁나게 탁! 쌔래 불기 전에 얼릉 일어나쇼 잉!"

     
    찰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기겁을 하고 소리쳤다.

     
    "오메! 시방 사람 잡겄네 거. 역시 사람이란 팔자가 있어! 천상 집이는 여그 촌구석에서 평생을 팍팍 썩어부러야 헐랑 갑소 잉!”


    닭장사가 찰순이 대번 엄동설한에 찬물 바가지를 엎지르고 달려드는 소리를 하자 목 안으로 기어드는 언 소리를 했다.

     
    "됐응께라! 얼릉 일어나쇼! 누구 알믄 큰일 나겄소!"

      

    찰순의 말에 닭 장사는 계략이 다 허사가 된 것을 알고는 내심 속으로 끙 앓았다. 닭 장사는 낙심한 굼벵이 모양새로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세수를 하고 들어와 밥을 먹고 집 안팎을 어슬렁거리며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저걸 아예 힘으로 눌러 어장을 내버릴까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벌건 대낮에 섣불리 건들렸다가는 긁어 부스럼이 될까 싶어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며 꾹 눌러 참고 있는 닭 장사였다. 따뜻한 볕이 드는 토방마루에 나와 앉아 성난 고양이 눈을 뜨고 있는 찰순을 도무지 어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계속>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기http://www.clipdown.co.kr/view/youtube/wYKx7ghHp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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