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일보 기획특집 강형구 작가의 전설천하

6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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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깨 맨날 구들장만 짊어지고 드러누워 있지 말고 당신도 닭 장사나 한번 나서보지 그라요?"

 
한바탕 내외간에 피 터지는 내전을 벌이려다 말고 닭고기를 맛있게 뜯어 먹으며 술을 마시던 찰순이 나서며 말했다.

 

 

 
"그렇체 잉! 그랴! 그랴! 나도 시방 고골 생각하고 있는 참인디.......... 어험! 고것 참 닭 장사 할 수만 있다면야‥‥‥‥”

 
점돌이는 당장이라도 닭장사로 나서고 싶었다. 돈 많이 벌어 저 어여쁜 찰순이랑 아들 딸 많이 낳고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고 싶었다.

 
"좋아! 좋아분저 잉! 허빡 겁나게 좋아분저 잉! 자! 또 술 한 잔 받어 불고 잉! 내가 본깨로 주인 양반이 하관이 넉넉 헌 것이 영판 부자 관상을 타고 났소 잉! 그렁깨 내일 시범적으로다가 닭 장사 한번 나서 보쇼. 내가 쩌그 닭 열 마리를 주겄소. 근디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 한 마리당 본전 시 냥은 내가 차지 허고 두 냥은 주인 양반이 차지 허게 허겄소. 자! 어떻소?"

 
술을 마시고 점돌에게 술을 부어주던 닭 장사가 그 자리에서 대번 허락을 했다. 이제나 저제나 조마조마 틈을 노리고 있던 닭장사는 의도하던 대로 점돌이 걸려 들어오자 ‘때는 이때다!’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닭장사를 점돌에게 들려주었다. 닭장사는 애잔한 사람 후리고 다루는 데는 나름 타고 난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불량한 자기 탐욕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이든 어떻든 간에 그쪽으로는 천부적인 재질이 있는 작자가 더러 있는 것이 이 세상이었는데 닭장사가 그런 부류였다. 닭장사의 시꺼먼 속을 도무지 알 리 없는 점돌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닭 한 마리 팔면 돈 두 냥을 거저 준다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 싶었다.

     
"오메! 그래라 잉! 그 말 시방 참말이제라?”

 
술이 얼큰하게 오른 점돌이 순간 제 귀를 의심하며 만면에 함박웃음을 베어물고 닭 장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떽끼! 말조심해 시방! 이 양반은 인생도 별로 안산 것 같은디 맨 거짓말 허는 놈만 상대 허고 살았는가! 내가 거짓말을 허믄 성을 갈어 시방! 내가 저 날도적놈의 새끼들한테 돈 다 뜯게 불고 묵고 살 것이 없어서 닭 장사를 이러코롬 허고 댕긴디 실상은 이래뵈도 전주이씨 십오 대 왕손이여 시방!”

 
닭장사가 쐐기를 박아가며 제법 사납게 매운 소리를 했다.

 
“암마! 그라요! 함부로 했다가는 큰일 나것네 잉! 하늘같은 상감마마 핏줄인디 울덜 같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허것소 잉! 좋소! 그렇다면 내일 아침 내 나서 보리다! "

 
‘이게 웬 떡이냐!’ 싶은 점돌이 그 자리에서 대번 약조를 했다.

 
"아따! 참말 닭장사 양반 고맙소야 잉! 그 은공을 멋으로 갚는다냐!"

 
찰순이도 기뻐 맞장구치며 말했다.

 
"그라믄 이 담에 부자 되아서 갚으믄 되제 잉!"

 
닭장사가 백여우 눈을 뜨고 찰순을 바라보며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셋은 기분이 좋아 나머지 술을 한 방울 남김없이 나눠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점돌은 새벽 일찍 일어나 찰순이 해준 아침을 어젯밤 남은 닭 국물에 말아 배불리 먹고 그 닭장사의 지게를 짊어지고 여기 저기 동네를 다니며 ‘닭 사시오! 닭 사시오!’를 외며 닭 장사를 하러 가는 참이었다. 잰 걸음을 걷는 점돌은 자꾸만 신바람이 났다.

 
그즈음 점돌의 집에서는 심상치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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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야 기자
• ysga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