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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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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선비가 없다


 천하대사(天下大事)를 가슴에 안고 천하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쓰는 자를 선비(士)라고 한다면 그 선비는 세상을 바르게 견인해내는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아니 되는 위대하고도 순정한 동력일 것이다. 


 선비사상의 시초는 그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쓴 도연명이다. 선비란 무엇일까?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탁류에 물들지 않고, 혼탁한 시류를 거부하며, 개인의 탐욕을 거부하고 항상 중용(中庸)의 깊은 경지에 들어 세상과 자신을 바르게 견인해 내는 청명한 정신의 소유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선비에게서 군자의 위대한 덕성을 보았고, 유학에서는 그에 반대되는 속물적 인간상을 소인배라고 지칭했다. 그렇다면 소인배란 무엇일까? 그것은 탁류에 깊이 물들어 혼탁한 시류에 따라 개인의 탐욕을 취하고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온갖 사기술과 악행을 서슴지 않는 추악한 정신을 소유한 인간상을 지칭하는 말인 것이다. 소인배! 생각만 해도 상종하기 싫은 추저분한 인간이다. 


 그러나 세상은 늘 이러한 소인배들로 들끓었다. 권력과 돈과 명예가 있는 곳에는 오물통에 파리 끓듯 하는 것이 소인배들이었으니 늘 세상이 시끄럽고 살기 힘든 까닭이었다. 그러한 아수라장의 세상 속을 살아가면서도 선비는 결코 오물에 물들지 않고 늘 의연하게 중용의 삶을 실천하였으니 어찌 천하의 귀감(龜鑑)이 되지 않았으랴!

 41세 된 도연명이 평택 현령이 된지 80일만의 일이었다. 심양군 장관의 직속인 순찰관(독우)이 지방 관료인 도연명에게 순찰을 온다는 것이었다. 하급자인 도연명은 그 순찰관을 의관을 정제하고 정중히 절을 하며 맞이해야만 했다. 그것은 관례였다. 그러나 도연명이 생각하기에 상관인 순찰관은 사람이 포악해 악행을 행하고 인품이 졸렬해 도무지 상종 못할 위인이었다.


 순간 도연명은 고민했다. 지금의 면장자리정도나 되었을 그 현령 자리를 유지하면 오두미(나라에서 관리에게 주는 월급)를 받아 처자식들과 주린 배를 채우며 고된 일을 하지 않고 편히 먹고 살면서 백성들에게 관리로 대접받으면서 살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그 현령 자리를 그만 두면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고 백성들은 아무도 그에게 고개 숙이지 않을뿐더러 또 고된 농사일을 해야만 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도연명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다.


 “어찌 글을 읽은 선비가 그깟 오두미(나라에서 주는 월급) 몇 말 때문에 사람 같지 않은 저 향리의 소인배에게 고개를 수그릴 수 있을 손가!”


 도연명은 그날부로 관직을 자진 사퇴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 힘든 생활을 했다. 그때 고향으로 돌아가며 읊은 시가 바로 그 유명한 귀거래사인 것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어도 사람 같지 않은 하찮은 소인배에게는 절대로 고개를 수그리지 않는 것!’ 그것은 유학을 공부한  선비에게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한 전통은 공자나 맹자가 왕이나 재상의 권력이나 부자의 돈이나 무력을 지닌 장군의 부당한 폭력에게 절대로 굴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굽힘없이 바른 말을 하면서 대항했던 정신의 표징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지위와 탐욕을 위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같은 부당한 군사 권력에게 빌붙어 아첨아부하며 악행을 밥 먹듯이 일삼고, 악덕 기업으로 소문 난 돈 많은 부자에게 알랑거려 그에게 일자리를 얻어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고, 세상의 허접한 명예를 가진 연예인 같은 자에게 아는 척해 그 힘을 빌려 호가호위(狐假虎威)하여 사익을 얻는 것을 단호히 거부했던 것이다. 

 이러한 유학적 전통이 선비사상으로 굳어졌고 그 선비들은 굽이치는 혼란한 역사 속에서도 굽힘없이 인간의 인간됨을 진작시켜왔고, 부당한 권력의 횡포와 탐학한 절대왕정이나 그에 기생하는 탐관오리들을 사납게 꾸짖어 왔고 나아가 그들을 징벌하여 새로운 역사를 활짝 열어젖히는 중차대한 역할을 견인해 냈던 것이다. 


 조선에도 남명 조식, 명재 윤증, 매천 황현 같은 고매한 정신을 지닌 훌륭한 선비들을 시대마다 배출해 냈고, 급기야는 절대왕정이라는 조선왕조의 허상을 혁파하고 몰려드는 외세를 막아내는 구한말의 어지러운 세상을 자주적으로 구현해낼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으로까지 발전하여 해월 최시형, 녹두 전봉준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적 농민혁명봉기는 어리석고 무능한 왕과 소인배들과 외세 특히 일제의 흉악한 발호로 인하여 좌절되고 말았다. 선비라는 낱말도 물밀 듯이 밀려온 신학문과 서양 종교에 휩쓸려 그 자취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이 나라의 부정과 부패를 견인해낼 존재도 함께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신학문을 배우고 서양 종교를 받아들인 똑똑한 자들이 서양식 지식인의 역할을 이야기 하곤 했지만 그러한 지식인은 결국 제 밥자리에나 연연하는 기능인과 다름 아닌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상과 사회와 역사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목숨을 걸고 호령하는 카랑카랑한 정신적 소유자들의 상실, 그것은 오늘날과 같은 타락과 대혼란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지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시대, 386세대로 대변되는 존재들이 우리 사회의 민족모순, 분단모순, 계급모순을 해결하는 정신적 선두주자로 부상하는 듯한 모습을 한때 보여주는 듯 했으나 결국 김문수, 이재오, 박계동이라는 3대 변절자로 추락하면서 개인적 권력욕망을 향한 기회주의 또는 출세주의자로 전락해버렸고, 김대중, 노무현 양대 민주당 정권의 출범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라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국민들이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패거리들의 뱃속이나 챙기며 그 기회를 살려 쓰지 못하고, 결국은 유시민류의 분열주의로 마감하고 말았다는 실망 섞인 이야기들이 유령처럼 나돌고 있다.  


 소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이명박근혜시대! 그 끔찍한 시대를 도래하게 하고만 권력층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여 자리 잡은 소위 출세한 386들의 작태는 작금의 야당 없는 시대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세칭 새누리당 2중대를 낳게 하였고, 더구나 통합진보당을 해체해 버리고 마는 세계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일에 동조한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정표 없이 표류하는 참혹한 혼란의 시대, 세월호 사태로 죄 없는 어린아이들을 눈앞에서 죽여야 했고, 하나마나한 부패 인사청문회, 작금의 메르스라는 전염병의 창궐을 수수방관 바라보고만 있다고 무능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정부에게 아무도 바른 말을 하지 않고 그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 붓는데도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태평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현상은 나주 또한 마찬가지라는 평이다. 빛가람 혁신도시가 조성되어 유사 이래 나주의 역사에 최대의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관은 관대로 권력자는 권력자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각기 제 이익대로만 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니 기득권을 가진 관과 정치꾼과 시민단체라는 것들이 서로 야합하여 제 주머니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는 지적이다.


 참된 진보가 사라져 버린 시대, 군사독재시절부터 관료주의에 절은 자는 우수한 학력과 경력을 내세워 또 권력을 탐할 것이고, 민주나 진보를 빙자한 자는 또 제 권력을 위해 저 음흉한 386처럼 타락해 권력만을 탐할 것이고, 시민단체라는 것들도 시민을 빙자해 한물 간 제 상전의 높은 지위와 밥자리만을 위해 종사해 버린다고 한다면 나주라는 배는 영원히 표류하고 말 것이다.


 선비는 제 목숨을 버리고도 진실과 정의는 결코 버리지 않는다. 진중한 인문학적 소양이 전혀 없는 자들이 약은 술수에나 빠져 파당이나 지어 여기저기 낯 반질하게 내세우고 건들거리면서 검은 야욕과 탐욕을 차지하려 혈안이 되어 광분한다면 설혹 그들이 어리석은 우중(愚衆)을 잘도 이용해 바라는 권력과 지위를 거머쥐고 오래도록 뒤흔들게 될지라도 참된 선비는 그들을 소인배로 지칭하고 맹렬한 비난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도 저기도 참된 선비가 오래전에 모조리 사라져 버린 시대 – 그리하여 이 나라가 온통 탐욕에 물든 소인배들의 천국인가! 그리하여 이 나라가 지금 이 모양인가!


 기름진 밥을 먹으며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만을 쫓아 살면서 권력과 돈과 명예를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사는 자에게 선비는 가당찮은 일이다. 삶의 고통과 수모를 감당해낼 용기가 없다면 손에 똥 두엄 흙먼지 묻히며 살 의연함이 없다면 그자는 이미 선비가 아닐 것이다. 


 천하의 위대한 선비 도연명이 힘든 농사일과 가난에 시달리며(도연명이 직접 농사일을 하며 살았다는 면에서 조선의 상류지식인 양반 선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질이 훨씬 높은 것이다) 63세에 이르러 임종에 이르렀을 때 '한평생 살기가 참으로 힘들었거늘, 죽은 후 저승의 세계는 또 어떠할는지?'(人生實難 死此之何) 라는 자제문(自祭文)을 지어놓고 이승을 돌연 떠났다. 


 참된 선비의 삶을 사는 자의 길은 늘 험난한 것이었다. 그리고 참으로 위험천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결코 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선비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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