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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

기사입력 2015.06.03 10:53 청야 기자 ysg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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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가람일보가 유월에 드리는 시

    유월에



    수천 벌 값비싼 옷을 매일 갈아 걸치고
    고급 피부 관리실에서 매끈하게 분바른
    저 미친년의 나라에
    철 되어 식량을 심는 자 누구인가?

     

     

     

     

     

     

     

    농민인가?
    아니 노예인가?

     

    햇볕 따가운 유월이 그새 와서
    숨 쉬는 온갖 것들이 제 빛을 마음껏 뽐내는데
    눈먼 늙은 노예는 제 살점이 뚝뚝 뜯겨나가는 줄도 모르고
    평생을 저렇게 빚쟁이 가난뱅이로 저기 그대로 눌러 살며
    들판에 식량을 해마다 심는가?

     

    제 먹을거리를 심어 제 생명을 가꾼다는데
    실상은 남의 생명만 기르고 가꾸어 왔으면서도
    그것도 모르고 노예로 평생을 사는 자들
    그 검은 얼굴 위로 유월의 태양빛이 따갑다

     

     

     

     

     

     

     

    무지의 바다
    푸르게 넘실거리는 복종의 바다
    그러기에 늘 대대로
    악마들에게 약탈과 살육에 신음하는 바다

     

    세월호 어린 영혼의 죽음을
    유병언의 죽음으로
    돈으로 폭력으로 덮어버리고
    성완종 비리 게이트를
    메르스로 덮어가면서........?

     

    노예들은 늘 전쟁 혹은 전쟁 같은 위험한 고비마다
    저들을 위해 기꺼이 제 생명을 바친다


    왜 바쳐야 하는 줄도 모르고
    왜 죽는 줄도 모르고
    나는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낄낄대며
    독한 소주와 연예인의 노랫가락과
    3류 드라마의 짜릿한 쇼에 취해
    박수를 치다 가슴 졸이다
    밤마다 자신도 모르는 수천 길 깊은 잠에 떨어진다

     

     

     

     

     

     

     

    저 미친년의 나라에서는
    지식인은 오래 전에 모조리 돈과 출세를 쫓아 사는
    오 일 시장 앞 소전머리 귀퉁이 약장사가 되어 버렸고
    카랑카랑한 옛날 선비가 살던 곳은
    눅눅한 습기가 배어져 흔적 없이 허물어져 내려 버렸고
    거기 휘황찬란한 술집과 기생집이 자리 잡아 버렸다

     

    그로부터 글깨나 읽은 자는 글을 돈으로 바꿀 궁리에나 미쳐있고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자는
    돈을 향해 가슴에 흉기를 품고 온갖 재주를 부린다

     

     

     

     

     

     

     

    노예는 늘 암흑의 나라에 식량을 심어 가꾸고
    그 나라의 벌레들을 피둥피둥 살지게 하고
    그러기에 저 속 창시 없는 미친년은
    매일매일 곱게 차려입고
    기둥서방 모씨와
    먼 나라의 여행을 꿈꾸는 것이라더냐?

     

    이 푸르른 유월에
    저 미친년이 매일 가슴 들떠 즐겁기에
    저 노예들도 덩달아 가슴 뿌듯하고 즐거운 날이라더냐?

     

     

     

     

     

     

     

    유월하늘이 저렇게 늘 파란 것은
    유월들판이 저렇게 늘 푸르른 것은
    사람들아! 묻노니
    그것 때문이라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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